그대 이 편지 읽지마세요.
장미의 일생에 관한 이야기도 아니고
가을이니 찬 물 속에서 비로소 눈 맑아지는 열목어의 이야기도 아니고
단지 그대를 향한 편지니 그대 읽지마세요. 제발 그렇게 하세요.
치우고 치워도 다 치우지 못하는 첩첩 이 그리움 어쩌지못해
견디다 못해 쓰는 편지니 그대 제발 읽지마세요.
읽다가 억지같은 내 마음에 그대의 가슴 다친 데 또 다칠지 모르니
덕보다 독이니 그대에게 이 편지는 악몽, 그대 부탁이니 읽지마세요.
그대 이 편지 받으면 그대 마당에 떨어진 가랑잎 한 장이라 여겨
그대로 마당에 나뒹굴도록 내버려두세요.
깊은 겨울 밤 내 편지 가랑잎으로 바스락거리면
그 때야 비로소 그대곁에 눈발처럼 휘날리다 간 이름 하나 있었음을 추억하며
그대 지금 이 편지 읽지마세요.
그대를 향해 단풍처럼 타오르는 이 마음을,
제발 부탁이니 만상홍엽같은 내 마음이니 그대 제발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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